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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의 지방자치] 주민투표가 실종된 주민투표법
  •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등록 2019-03-15 12:36:43
  • 수정 2019-03-23 11: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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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의회와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가 바닥이다국회에 대한 신뢰는 모든 공공기관 중에서 꼴찌다국회를 조금이라도 신뢰를 한다는 국민은 15%에 불과하다국민의 85%는 국회를 조금이라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된다지방의회 신뢰도는 조사된 것이 없지만 지방의회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회보다 높지는 않을 것이다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기다지방의회나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하지 말아야 할 일을 골라서 하기 때문이다.


 주민대표기관을 주민이 통제하는 장치가 주민투표제이고 주민발안제이다주민투표는 지방의회가 잘못 의결한 조례나 결정을 주민이 주민표결로 폐기시키는 제도이다일종의 비상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이에 대해 주민발안은 지방의회가 주민이 요구하는 조례나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 주민들이 직접 안건을 발안하여 주민표결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주민에 의한 비상가동장치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스위스나 미국에서는 의회가 활동을 함에 있어서 주민의사가 최우선의 기준이 된다의회의 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해 폐기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주민발안에 의해 의회가 주도권을 상실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민들의 의사를 의회의 결정에 반영하게 된다이런 제도 덕분에 스위스에서는 의회에 대한 신뢰도가 66%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도 주민투표법이 2004년부터 실시되었다지난 15년간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겨우 8건 실시되었다그나마 주민이 지방문제에 제기한 것은 3건에 불과하다어렵게 도입된 제도가 왜 이렇게 작동하지 않을까제도설계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주민투표법에는 주민투표가 없다주민표결을 주민투표로 오해하고 있다그래서 서울시 무상급식이나 경남진주의료원 폐지가 조례에 의해 결정되었지만 조례를 폐기하는 주민투표 대신에 무상급식실시나 단계적 실시를 제안하는 편법적 주민발안이진주의료원재개원을 요구하는 주민발안이 주민투표의 이름으로 제기되었다


 조례에 대한 주민투표가 제기되어 반대표가 많으면 조례는 소급하여 폐기되고 주민이 원하지 않았던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되어 원상회복이 된다이에 대해 지방의회의 결정에 대해 주민발안이 제기되어 가결되더라도 주민투표와는 달리 지방의회의 결정은 새로운 주민결정이 효력을 발생할 때까지 유효한 것이 되고 정당화된다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주민통제에 공백이 생기게 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현행 주민투표법의 주민투표는 주민투표가 아니다주민투표의 이름으로 주민발안만을 규정하고 있다주민투표와 주민발안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주민투표법을 제정한 것이다브레이크와 악셀레이터를 혼동한 것이다주민투표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국회에 대한 국민발안이나 국민투표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의 주민투표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손도 되지 않고 오히려 개악시키고 있다특히주민투표개표를 위한 최소투표율 1/3을 폐지한 대신에 가결요건으로 유권자 전체의 1/4찬성을 요구하고 있다이렇게 되면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1/3인 경우 투표자의 75%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투표율이 25%가 되지 않으면 투표자 100퍼센트가 찬성해도 안건은 부결되는 결과가 된다주민발안의 경우는 반대결과가 생긴다어느 경우에나 불합리하다직접민주주의의 메카인 스위스에서는 주민표결의 결정요건을 투표자의 과반수로 규정하고 있다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소극적 주민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다적극적 참여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스위스의 입법례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2016년 10월, 더불어민주당 경상남도당 주최 주민소환법 개정 토론회[연합뉴스 제공]. 올 1월 22일, 행정안전부는 주민투표법과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종이 서명부 대신 온라인 서명부도 가능하게했다. 다만 투표권자 총수의 ¼ 이상이 찬성한 경우에만 안건이 확정될 수 있도록 한 점 등은 논란이 된다.  

 주민투표법은 지방세를 비롯한 공과금이나 예산행정기구나 공공시설 등 가장 중요한 지방문제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나 주민발안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주민에 의한 통제를 위해서는 이러한 대상의 제한도 폐지해야 한다


 아예 주민투표법의 표제를 '주민발안과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로 개칭하고주민발안과 주민투표를 구분하여 각각 규정하고 대상제한도 철폐하고절차요건도 간소화해야 한다그래야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이 활성화되고지방의회는 모든 활동에 주민의사를 의정활동에 충실하게 반영시키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이에 따라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차제에 국민투표제와 국민발안제도 도입하여 국회도 국민의사를 살필 수밖에 없도록 해야 국회신뢰도가 높아지고 국민주권도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글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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